꿈, 미래의 상징
꿈을 토대로 점치는 행위는 전 세계적으로 공통된 습속이었다. 특히 꿈 속에서 벌어지는 일은 인간세계가 아니라, 신이 자신의 뜻을 전달하기 위한 것으로 보았다. 예를 들어 《삼국유사》의 기록을 보면 북부여왕의 신하인 아란불의 꿈에 천제가 나타나, 이곳에 나의 자손으로 나라를 세우려고 하니 너는 이곳을 피하라고 하였다. 아란불은 왕에게 권하여 도읍을 옮기게 되고, 후일 그 자리에 주몽이 고구려를 세우게 된다.
이처럼 천제天帝나 신이 나타나 자신의 뜻을 전달하는 직접적인 방식은 원초적이다. 대개는 신이 직접 나타나기보다는 상징적으로 전달하는 방식을 취하기 때문이다. 신라의 원성대왕과 관련한 꿈이야기가 그런 내용을 잘 보여준다.
왕이 되기 전 각간의 벼슬에 있을 때였다. 머리에 썼던 두건을 벗고 흰 갓을 쓰고 손에 12현금絃琴을 들고 천관사의 우물로 들어가는 꿈을 꾸었다. 점쟁이는 두건을 벗는 것은 관직에서 쫓겨나서 감옥에 들어가는 것으로 해석했다. 하지만 아찬 벼슬의 여삼은 두건을 벗는 것을 신하에서 왕이 되는 것, 우물에 들어가는 것은 궁궐로 들어감을 의미한다고 해몽하였다. 그런 후 얼마 안 있어 정말로 왕으로 등극하였는데, 이 사람이 바로 원성왕이다.
이와 같이 예로부터 해몽을 잘하게 되면 유명인사가 될 수 있었다. 신의 뜻이 직설적으로 전달되지 않고 비유적인 방식으로 표현되고 있어 꿈의 본질을 해석하기가 어려워진 까닭에서였다. 따라서 꿈을 통해 신이 전달하고자 하는 내용을 올바르게 파악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일이었다.
김유신의 누이동생인 문희와 보희 간의 꿈을 팔고 산 이야기는 매우 유명한데, 이 꿈에서는 또 다른 양상을 보여준다. 즉 꿈을 사고 판다는 내용으로 현재도 돈으로 꿈을 사는 풍속이 남아있다. 보희가 꿈에서 산에 올라 소변을 보았는데, 서울이 홍수가 날 정도로 가득 찼다는 것이다. 문희가 그 말을 듣고 비단 치마를 주고 꿈을 샀다. 이후 문희는 신라 태종의 왕비가 되었다. 이 이야기는 고려의 왕건 가계에서도 수용되어 두 번이나 반복된다.
천하를 덮을 만한 오줌의 양은 바로 천하를 통일할 인물을 상징한다. 실제로 태종은 삼국을 통일할 수 있었으며, 왕건은 조상들이 꾼 꿈의 영향 때문인지 몰라도 후삼국을 통일하고 고려를 세웠다. 꿈은 이처럼 미래에 일어날 일들을 상징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상징도 의도적으로 만들어졌을 가능성이 농후하다. 특히 왕건의 경우 김유신의 누이들이 경험했던 꿈의 내용을 동일하게 차용하고 있다는 점에서, 그 꿈은 당시의 사람들이 가장 꾸고 싶어하는 꿈이었을지도 모른다.
출처 : 운명과꿈방 - blog.naver.com/nsunda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