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브랜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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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일보 2007-01-11 23:3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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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로부터 우리 조상들은 이름을 매우 중요하게 여겨왔다. 성명학에서 이르는 ‘이름이 곧 몸이요 몸이 곧 이름’이라는 ‘명체불리(名體不離)’의 어구를 가슴속에 담아두고 살아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음양오행의 법칙에 어긋나지 않아야 하고 사주팔자에 맞아야 한다는 게 이름짓기의 기준이었다.
문중마다 항렬을 만들어 놓고 반드시 그 항렬에 따라 이름을 지어야 했으며 좋은 이름을 짓기 위해서라면 작명소나 철학관을 찾는 일을 마다하지 않았다.인간이 태어나서 처음 받는 선물이요, 살아가는데 크게 영향을 미칠 길잡이로 인식하고 소홀히 하는 것을 무척 경계했다.
기업이 어떤 신제품을 시장에 내놓을 때 이른바 ‘브랜드 네이밍’이라는 ‘이름 짓기’를 가장 소중히 여긴다. 신제품에 붙이는 이름인 브랜드가 ‘대박’과 ‘쪽박’의 갈림길을 결정하는 요인이라는 인식은 비단 어제 오늘만의 일이 아니다. 어떤 이름을 내거느냐에 따라 소비자들의 기억 속에 채 자리 잡기도 전에 사라지는가 하면, 소비자들의 사랑을 듬뿍 받으며 장수의 기쁨을 한껏 누리기도 한다. 생명이 긴 브랜드는 그 이름 하나만으로도 기업에게 엄청난 부가가치를 안겨준다. 몇 년 전 영국의 모 브랜드자산가치 평가기관이 코카콜라(Coca-Cola)와 말보로(Marlboro)의 자산가치를 각각 100조원과 30조원으로 평가한 것만 봐도 이름 하나 잘 짓는 것이 기업에게 얼마나 중요한지를 알 수 있다.
이렇게 보면 이름은 사람에게 일생을 책임져 줄 길잡이가 될 수도 있고 기업에겐 흥망성쇠를 가늠케 할 키가 될 수도 있는 셈이다. 다들 이름(브랜드)짓기에 열광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공주대 교명변경 논란이 해를 넘어 계속되고 있다. 대학측은 글로벌시대에 걸맞은 이름으로 교명을 바꾸려 한다고 하고 지역민들은 수십년의 전통을 간직한 교명의 가치를 스스로 내팽겨 치지 말라고 요구하고 있다.
논란은 당연하다. 어떤 이름을 갖느냐에 따라 흥망성쇠가 결정될 수 있는 시대니 만큼 논란은 불가피하다. 수백년간 지속될 이름을 결정하는 판국에 소홀히 임할 수 있겠는가.
그러나 현재 벌어지고 있는 모습은 우려스럽다. 지역사회 구성원간 갈등은 물론 지역사회간 충돌로 비화될 조짐이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자칫 서로의 마음에 영원히 남을 상처를 남기는 것은 아닐까 조마조마하기까지 하다.
이해당사자 모두가 이쯤에서 분명히 인식해야 할 것이 있다. 이번 논란이 사사로운 이익을 취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그래야 모두가 산다. 모쪼록 공주대 교명변경 논란이 대학을 넘어 지역사회 발전을 앞당기는 쪽으로 흘러가길 바란다. 崔在根<교육문화체육부 교육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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