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 春秋繁露에 나타난 오행설 ###
이 책은 西漢의 재상이었던 董仲舒(B.C.179-B.C.104)에 의하여 직
접 씌여진 글이라는 점에서 여타의 諸子書와는 그 가치가 다른 책이
다. 여씨춘추라든지 회남자와 같은 책들은 撰者가 직접 쓴 것이 아니
고, 문객이나 빈객 혹은 방술지사 수천인을 불러다가, 그들로 하여금
찬한 글을 모아서 제명을 붙인 것 뿐이다. 그래서 이들의 책은 잡가
서에 속하지만 <춘추번로>는 전통적인 儒家類에 속한다.
이 책 또한 음양오행사상을 거론하면서도 술법에 흐르지 아니하고,
오히려 인가을 인간답게 교화하려는 의지와 함께 역사의식을 전개함
으로써, 인간만이 향유할 수 있는 도덕율을 도출하려는 의지를 서술
한 글이므로 유교사상의 흐름에 하나의 큰 획을 그려왔다.
또 청나라 말기에는 康有爲(1858-1927)가 <春秋董氏學> 이라는 저
술을 하므로써 그 사상의 맥이 이어지게 되었다. 이 책에 의하여 공
자의 歿年으로부터 343년만에 유가사상은 한나라의 국교로 정해진 것
이다. 백가쟁명의 전국시대와 억압정치의 秦이 무너진 후, 漢나라가
등장하였으나 새로운 시대를 이끌어갈 만한 사상적 정립은 쉽지 않았
다. 그러던 차에 지나간 역사의 흐름을 교훈삼아서 새로운 역사의 발
전의식에 음양오행사상을 결합한 <춘추번로>는 [天人感應說]을 정립
한 책이라는 점에서 그 특색을 찾아볼 수 있다.
오행설을 피력하면서도 술법에 흐르지 아니하고 도덕율을 도출하려
는 시도가 여러곳에서 보이고 있는데, 그 한 예를 든다면 <五行對>편
에서 오행상생의 논리를 전개하면서, [木生火하듯이 夫生子하니 子는
마땅히 孝行하여야 한다]는 거부할 수 없는 이치를 피력한 것이다.
아마도 이러한 '木生火하듯 夫生子한다'는 논리하에 족보상의 항열
(行列)이 木 火 土 金 水의 상생의 이치로 시작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춘추번로는 82편목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이중에 삼분의 일에 가까
운 25편목에 음양과 오행사상이 집중적으로 거론되어 있다. 그토록
많은 편목에서 오행설을 다루었음에도 방술적인 거론없이 순수한 오
행설의 기본 논리만을 전개하고 있으니, 과거에 있었던 오행설과 함
께 유행하던 오행술법을 타파하려는 의지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과
거에 있었던 타인의 오행술법을 소원시킨다거나 배척한다는 표현없이
순수논리를 전개하였다는 것이 깨끗한 학자적 양심으로 평가될 수 있
으며, 여기에는 잘못된 술법은 자연도태된다는 역사의식이 작용하였
으리라고 본다. 왜냐하면 동중서는 이 책을 쓰기 전에 춘추공양학을
전공하여 史家的 차원에서 재상이 되었으며, 그의 모든 학술논리의
전개도 사가적 입장에서 피력하였기 때문이다. 春秋三傳 중에 춘추공
양전은 <말이 적으나 뜻이 큰> 공자의 숭고한 정치이념과 뜻깊은 역
사철학을 밝히는데 충실한 책으로써, 동중서에게 감화를 주어서 한나
라의 정치이념과 제도를 통일하도록 한 사상서였던 것이다.
동중서의 오행사상이 얼마나 순수한가를 살펴보고자, <춘추번로>의
제42편목인 五行之義에 나타난 도덕률의 한부분이 되는 대목을 여기
에 소개한다.
[ 相受而布, 是故木受水 而火受木, 土受火, 金受土, 水受金也. 諸
授之者, 皆其父也. 受之者皆其子也. 常因其父以使其子, 天之道也. :
서로 받아서 넓게 펴는 고로 木은 水를 받고, 火는 木을 받고, 土는
火를 받고, 金은 土를 받고, 水는 金을 받는데, 주는 자는 모두 아비
가 되고 받는 자는 모두 자식이 된다. 떳떳한 인연으로 그 아비가 그
자식을 따르도록 하는 것이 天의 道가 되는 것이다.]
이렇듯이 오행의 이치에서 인간을 인간답게 하려는 도덕율을 도출
시키고자 하는 논술로 일관되게 25편목에서 음양과 오행의 이치에 곤
한 논리전개를 하였으나, 오행배속 관계는 불과 여섯가지로 일관하고
있으니, 방술적인 것을 차단하려는 의도적인 오행 논리라고 생각할
수 밖에 없다. 25편목에서 나타나 있는 오행배속을 표로 정리하여 보
면 다음과 같다.
# 춘추번로에 나타난 오행 배속표 #
五行 四時 化 位 方 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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木 春 生 左 東 角
火 夏 長 前 南 徵
土 季夏 化 中央 中央 宮
金 秋 收 右 西 商
水 冬 藏 後 北 羽
세상이 어지러울수록 오행의 술법이 늘어나 횡행하게 되어 여러사
람의 마음을 사로잡으나, 세상이 바로잡힐수록 사술은 줄어들게 되는
것인즉, 이것은 마치 진실과 정성은 수단을 거치지 않고도 그 본체를
항상 드러내 보이는 이치와 같은 것이다. 어느 일에나 수단이 거듭될
수록 그 일은 마침내 꼬이고 뒤틀리는 결과가 오는 것인즉, 동중서의
<춘추번로>에 나타난 오행 논리는 그 수단을 배격하고 원리원칙이 되
는 알맹이만을 논술한 역사의식을 여러가지 면으로 깊이 생각해 봄직
한 것이다.
출처 : 음양오행설의 기원 /이상범 - cafe.daum.net/dur6fks